Page 96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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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윌리엄 제임스(1842~1910)
에 의하면 우리가 진리를 향해 적어도 중간까지라도 나가지 않은 한, 그 진
3)
리가 우리에게 감춰진 채로 있는 영역들이 있다고 합니다. ‘감춰진 채로
있는 영역’으로 말미암아 제자들은 스승이 뭔가를 숨긴다고 의심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일화는 배우는 사람들이 스승에 대해 갖는 영원한 의심을
반영합니다.
석가모니는 비전秘傳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눈이 있는 자는
“와서 보라”고 숨김없이 설하였습니다.
와서 보라
“비구들이여, 이 법은 스스로 보아 알 수 있고. 시간이 걸리지 않
고, 와서 보라는 것이고, 향상으로 인도하고, 지자들이 각자 알아
야 하는 것이다.” 4)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현실적으로 증명되는 것[現見]이며, 때를 격하지 않
고 과보가 있는 것[不待時節]이며, 와서 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것[來見]이며,
잘 열반으로 인도하는 것[親近涅槃]이며,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각기 알 수
있는 것[應自覺知]입니다. 예수(B.C.4?~A.D.30?)도 비슷한 맥락에서 “와서
보라”고 했습니다.
3) 찰스 테일러, 『현대 종교의 다양성』, 문예출판사, 2015.
4) 『맛지마니까야』 2, 대림스님 역, 초기불전연구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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