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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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불천재, 불천 김창수. 노영 서각.
사진 5. 각다헌, 원담 김주서,
고천 서각.
겠지만 차를 아는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저기 가면 차를 실컷 마시겠구나
할 것이다.
수필가이자 차인인 일헌一軒 이순애 선생은 1990년에 벌써 아파트의 작
은방에 반향지실半香之室이라는 예쁜 현판을 걸고 차를 즐기셨다. 항상 온
전한 향을 향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아주 겸손한 차방의 이름이다.
1995년 경기도 안양에 한 젊은 신혼부부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혼수
로 쓸 돈을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구리 반지를 하는 등 절약하여 차실이 포
함된 집을 지었다. 불천 김창수님의 이야기이다. 이 집을 짓는 목수는 차실
을 배치한 집 구조가 처음 보는 일이라 쓸모없는 집을 짓는다고 투덜대면서
몇 번이고 설계 변경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주인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집을 완성하였는데, 아마도 이 집이 현대에 와서 차실을 중심으로 집을 설
계한 첫 집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집 차방의 이름은 불천재不遷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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