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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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등설헌, 등설 손애섬. 고천 서각.
현판의 명칭은 그 걸리는 곳에 알맞은 의미나 유래가 있는 좋은 어귀를
따서 짓는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고도의 문화생활을 영위하였으
므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문선』 등 여러 문헌에 현판이 있었다는 기
록이 있으나 현존하는 것은 거의 없다.
현존하는 현판으로는 신라 때의 명필 김생金生(711~791)의 글씨로 된 공
주 마곡사麻谷寺 ‘대웅보전大雄寶殿’ 현판이 가장 오랜 것으로 전해지고 있
다. 또한 고려 공민왕의 어필御筆인 영주 부석사浮石寺의 ‘무량수전無量壽殿’
이 있다.
현판은 때로는 재난을 방지하는 부적符籍 구실도 하였다 한다. 서울의 남
문인 ‘숭례문崇禮門’의 편액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건 것은 그 남쪽에 있는
화산火山인 관악산冠岳山의 불기운을 막는다는 의미에서였다 하며, 동문인
흥인문興仁門의 편액은 ‘지之’를 더해 ‘흥인지문興仁之門’이 되어 다른 문과
달리 4자의 편액이 된 것은 문이 위치한 동쪽 지역이 낮아서 그것을 보충
하기 위한 것이라 전한다. 또한 교태전과 강녕전 등의 궁중 현판은 최고
급으로 치는 검은 색의 옻칠 바탕에 금색 글자이다. 검은 바탕인 것은 불
을 제압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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