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P. 106

있다. 불교에서 차는 깨달음의 상징이다. 그리고 ‘불천不遷’이라는 말은 차
          나무는 직근성이라 뿌리가 땅속 깊이 뻗고 또한 큰 뿌리에 바로 잔뿌리가
          붙어 있어 차나무를 이식하는 것이 어려워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옮겨 심

          더라도 살아남기가 어려운 점, 그리고 차씨 역시 역경을 지나도 심으면 묵

          묵히 자라게 하는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시집보내는 친정어머니가 딸을 시
          집보낼 때 차씨 몇 개를 베개에 넣어 꿰매 주면서 딸에게 차나무처럼 죽을
          때까지 변치 말고 일편단심으로 남편을 섬기고 결국 그 집 귀신이 되라고

          가르쳐 왔다.

           또한 ‘수액水厄’이라는 말은 ‘물고문’이라는 뜻이다. 차를 마시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차를 권하니 체면상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 주는 대로 받아 마시
          다 보니 그것이 물고문이 되는 것이다. 천배부진千杯不盡이라는 말도 있는

          데 이것은 차를 마시는 데 있어서 천 잔도 오히려 모자란다는 의미이다.



            차방의 이름



           필자의 집의 이름은 금천재金川齋이고, 연구실의 이름은 일미방一味房,

          차방의 이름은 한선당 禪堂이다.
           우리 이웃에 사셨던 대만인 고천孤荈 쨩유화姜育發 선생은 차방에 ‘수액
          형방水厄刑房’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물고문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차실의

                                                       이름인가!  이  이름
                                                       을 보고 그 뜻을 모
                                                       르는  사람은  무서

          사진 3. 반향지실, 일헌 이순애.                          운  곳으로  생각하



          106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