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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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錦章圖書局에서 인쇄한 『편주의학입문』의 석판본도 소장했는데, 필요한
내용별로 다시 묶어 제책해 둘 만큼 관심을 둔 책으로 보여진다. 『편주의
학입문』 곳곳에 병기病機와 관련된 내용도 메모되어 있다.
한의서를 늘 가까이 두고 보신 만큼 스님은 약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 못
지않아 웬만한 병은 처방전을 내려줄 정도였으며, 먼 길 떠나는 도반이나
몸이 약한 제자들의 약도 손수 지어주셨다고 한다. 응병여약이었다. 스님
자신이 어려서 몸이 아팠기도 했지만, 체질과 마음에 따라 생기는 병과 병
든 몸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스님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 법대로
성철스님은 1947년 가을에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자운, 우봉, 보문스님
등과 함께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 아래 결사를 맺었다. 당시 결사에
동참한 이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13가지 조항의 「공주규약共住規約」을 만들
었다. 부처님의 계율과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수행하며, 이외
에 어떤 사상이나 제도, 개인적인 사견은 배제한다는 조항을 먼저 밝히고
있다. 신도에게는 재齋를 지낼 때만 지성으로 예배하고 공양물을 낼 수 있
게 했다. 스님들은 신도의 보시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과 매일 두 시간
이상 노동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용변과 잠잘 때를 제외하고 여법하게 장
삼과 가사를 수의하고, 공양도 정해진 시간에 하며 와발우를 쓰도록 했다.
지켜야 할 의식은 매일 한 차례 능엄대주楞嚴大呪 독송과 초하루와 보름에
보살대계菩薩大戒를 강송講誦하는 것이었다.
1964년 성철스님은 서울 도선사에서 청담스님과 승가대학 실현을 위해
실달학원悉達學園을 열고 시행요강을 마련하였다. 이때 마련한 「수행요강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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