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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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스님도 그랬다. 고봉스님은 낮 동안은 물론 꿈속에서도 망상분별에
          빠지지 않는 차원에 도달해 있었다. 이에 그 스승이었던 설암스님이 묻는
          다. “깊은 잠이 들어 꿈이 없을 때 주재하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고봉

          스님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도 없었고 펼쳐 보일 이치도 없었다. 다시 철

          저한 공부에 들어가는 일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어느
          날, 잠을 자다가 도반의 목침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모든 의심덩어리가
          깨어져 나감을 체험한다. 죽음과 같은 고요함에 머물지 않음으로써 완전

          한 되살아남을 성취하였던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들이 몽중일여의 수승한

          경계에서 그것이 병통인 줄 알고 다시 간절한 참구에 들어갔다는 점을 높
          이 찬양한다. 그리하여 이것이 5가 7종에서 모두 발견되는 공식이라고 단
          언한다.




              선가에 5가 7종의 분분함이 있었지만 오매일여의 대무심지를 거쳐
              대각을 성취함에 있어서는 어느 집안을 막론하고 동일하였다. 또
              한 이런 대무심지에도 머물러선 안 된다고 하셨다. 만일 승묘한 경

              계인 대무심지를 구경이라 여겨 주저앉아 버린다면 그를 죽은 사

              람이라 한다. 반드시 그곳에서 다시 살아나야만 진여를 체득한 대
              자유인, 참 사람, 산 사람이라 할 수 있으니 이를 사중득활死中得
              活이라 한다.




           이러한 공식이 있었기 때문에 성철스님은 선문답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
          다. 오로지 깨어 있을 때 화두가 항일한지를 물었고, 다시 꿈속에서 그러
          한지를 물었고, 나아가 숙면 중에 여일한지를 물었다. 또 숙면 중에 여일

          함이 비록 수승한 경계이지만 이것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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