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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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아낌없이 내려놓는 공의 실천을 요
구하는 것이 공공의 도리다.
5가 7종에 공통되는 수행의 공식
이러한 공식에 딱 어울리는 선가의 모델이 설암스님이고, 고봉스님이
고, 대혜스님이다. 『선관책진』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러한 선지식들의 수
행이력을 집중적으로 모아 그것이 하나의 공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암
스님은 일체의 분별을 떠난 차원에 도달하였지만 ‘매번 잠이 들면 상대되
는 두 기둥이 세워지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설암스님 스스
로 이것이 병통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안
고 참구하기를 10년, 행선을 하는 중에 측백나무가 눈에 들어오면서 성찰
이 일어난다. 그야말로 완전히 죽어 완전히 되살아나는 체험을 한 것이다.
사진 3. 관문을 뚫고 거듭 나아가는 공식을 제시한 『선관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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