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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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쁩니다.”라고 보고하여 말하였다. 9)
여기에서 향엄의 첫 번째 게송의 ‘가난’과 ‘송곳’은 ‘닦음[修]’을 의미하고,
‘땅[地]’은 바로 ‘증득[證]’을 뜻한다. 그러므로 작년에는 더는 증득할 경지가
없었는데 지금엔 ‘닦음’도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의미이니, 마조나 영우의
‘무수무증無修無證’을 흉내 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엄밀하게 본다면, 여
전히 수증에 천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한 까닭에 앙산은 ‘여래선’을
알았지만 ‘조사선’에는 조금도 미치지 못했다고 질타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게송에서 “하나의 기틀[一機]”은 바로 ‘돈오’와 관련된 표
현이다. ‘돈오’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구절은 바로 “이치[理]와 지혜[智]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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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희석됨” , 즉 능能[나, 根, 혹은 주관]과 소所[남, 境, 혹은 객관]가 불이不二의
상태에 도달하여 극조極照하는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바로 “하나
의 기틀”로 표현한 것이고, 나아가 아무리 ‘능소’가 ‘불이’의 상태에 있어도
‘능’의 활동은 여전함으로 “눈을 깜빡여 그대를 보네.”라고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명확하게 ‘돈오’의 경지를 설파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까닭
에 앙산은 향엄이 ‘조사선’을 깨달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여래선’
과 ‘조사선’의 구별이 바로 ‘돈오’에 있음을 여실하게 알 수 있다.
한편 위앙종의 종조인 위산영우와 앙산혜적의 다음과 같은 대화에서 ‘조
9) [明]語風圓信, 郭凝之編, 『袁州仰山慧寂禪師語錄』(大正藏47, 580b-c), “香嚴又成頌曰: 去年貧末是
貧, 今年貧始是貧. 去年貧, 猶有卓錐之地; 今年貧, 誰也無. 仰山云: 如來禪許師弟會, 祖師禪未
夢見在. 香嚴復有頌曰: 我有一機, 瞬目視伊. 若人不會, 別喚沙彌. 仰山乃報師云: 且喜閑師弟會
祖師禪也.”
10) [唐]慧達, 『肇論疏』(卍續藏54, 55b), “‘頓’이라 하는 것은 이치를 나눌 수 없음[理不可分]을 밝힌 것이고,
‘悟’는 지극히 비춤[極照]을 말한다. 不二의 깨달음으로 나눌 수 없는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치[理]
와 지혜[智]가 함께 희석됨을 ‘頓悟’라고 한다 .[夫稱頓者, 明理不可分, 悟語極照. 以不二之悟符不分之理. 理智兼釋,
謂之頓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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