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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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벽도 비록 ‘여래선’의 명칭을 사용하지만, 그 사상적 내용도 역시 상당
히 달라져 있다. 황벽이 말하는 ‘여래선’은 바로 ‘무념법문無念法門’을 가리
키고 있다. ‘무념’을 ‘일념一念’, 즉 ‘일심一心’으로 삼고, ‘일념’에 돈오하여 초
월[頓超]한다면 결코 ‘제이념’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며, ‘여래선’을 “위로
부터 ‘조사’는 오직 ‘일심’을 전했으니 다시 다른 법이 없다.”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단경』과 마조의 사상과 일치하는 점이고, 나아가 이러
한 취지에서는 ‘조사선’의 명칭이 나올 법한데 황벽은 끝내 ‘조사선’의 명칭
은 쓰지 않고 있다.
조사선과 여래선의 분변
그런데 드디어 위앙종에서 ‘조사선’의 명칭이 출현하게 된다. 그것은 앙
산혜적과 향엄지한의 대화로부터 나타나는데, 앞에서 인용한 바가 있지만
설명을 위하여 간략하게 다시 인용하고자 한다.
향엄은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금년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
다. 작년 가난은 송곳 세울 땅이 없었으나, 금년 가난은 송곳조차
없구나.”라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앙산은 “사제가 여래선은
알았으나 조사선은 꿈에서도 보지 못했구나.”라고 말하였다. 향엄
은 다시 “나에게 하나의 기틀이 있어, 눈을 깜빡여 그대를 보네. 만
약 이 뜻을 모른다면, 사미를 부르지 말라.”라고 게송으로 말하였
다. 앙산은 바로 위산에게 “지한 사제가 조사선을 깨달아서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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