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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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물과 산들은 이미 자신의 참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삼조 승찬僧
璨 스님은 “좋고 싫음과 같은 갈등이 마음의 병이다. 나 자신이 그것을 어
렵게 했지 위대한 도는 쉬운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인간이 참된 본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욕망이 장애물이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다른 그 무
엇도 될 수 없다. 오직 자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반본환원 벽화는 있
는 그대로의 산수를 그려서 그 내용과 형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
입전수수
이젠 심우도의 마지막인 입전수수入廛垂手이다. 대부분의 입전수수 벽화
는 해인사 원당암 선불당의 벽화에서처럼 지팡이에 포대를 메고 중생 속
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사진 4). 이는 불교의 궁극적 뜻이 중생
의 제도에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노흉선족입전래 露胸跣足入廛來
말토도회소만시 抹土塗灰笑滿顋
불용신선진비결 不用神仙眞秘訣
직교고목방화개 直敎枯木放花開
가슴을 풀어헤치고 맨발로 저자에 들어가니
재투성이 흙투성이라도 얼굴 가득 함박웃음
신선의 비법 따윈 쓰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마른 나무 위에 꽃을 피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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