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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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지 이르러야 조사의 마음과 합치게 되리.
즉, 본심本心의 바다 위에
한 점 티끌도 없고, 한 조각의
물결도 없네. 수행도 깨달음
도 자기도 세계도 없으니, 어
찌 붓을 들겠는가? 천만 가지
분별이 붉은 화로 위의 한 점
눈이라 한 티끌의 그림자도 남
기지 않네. 라고 풀어 볼 수 있
겠다. 사진 1. 고운사 벽화, 인우구망.
여덟 번째인 인우구망에서
는 위의 언급처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소도 없고 소를 찾는 이도 없
다. 채찍, 소, 사람 모두가 사라져 버리고 텅 비었을 뿐이다. 그래서 서序에
는 “범부의 정도 성인의 뜻도 다 비웠다. 부처님 계신 곳이라 좋아라 노닐
필요도 없고 부처님 안 계신 곳에선 급히 지나가 버려라. 어느 쪽에도 끄
달리지 않으니 천안天眼으로도 눈치 채기 힘들어라. 백조가 꽃을 물고 와
공양을 바친들 한바탕 부끄러운 짓거리일세.”라고 이르고 있다. 즉 정情을
잊고 세상의 물物을 버려 공空에 이르렀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내 밖에 찾아야 할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내가 여
태껏 찾아 헤매 왔던 그것이었다. 찾는 자가 찾고 있는 것이었다. 일원성
이 나의 본성이며 모든 것과 하나였다. 이것의 이름이 공이었으며 한계가
없는 우리의 근원이었다.
이러한 경계를 화송和頌에서는, “즐거워라, 즐거워라. 중생계가 이미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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