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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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화상
대자은사 경내
는 매우 넓어서
걷다 보면 호젓한
숲속에서 세속과
격리된 듯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구석진 정원 가장
사진 2. 대자은사 숲속에 있는 포대화상.
깊숙한 곳에 포대
화상布袋和尙(?~917?)이 좌정하고 있습니다. 포대화상은 중국 사찰에서 사
람들이 가장 많이 참배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불룩하게 솟은 커다란 배를
드러낸 채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표정으로 중국인들의 심중에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배를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다만 출
세에 대한 뜻을 버린 자만이 이처럼 호방하게 배를 드러내놓고 웃으며 떠돌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에는 오랜 옛날부터 옷을 벗고 다리를 쭉 뻗고 편안
히 앉아 있는 사람을 진인眞人으로 인정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송나라 원군이 그림을 그리게 하였을 때 많은 화공이 모였다. 화공
들은 명령을 받자 절하고 일어나 곧 붓을 핥고 먹을 가는데, 화공
이 너무 많아 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가 반이 넘었다. 한 화공이
늦게 도착하였으나 유유히 서두르지 않고 명령을 받자 절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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