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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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방 밖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자기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원군이
사람을 보내어 그가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게 하였다. 그는 옷을
벗고 두 다리를 뻗은 채 벌거숭이로 쉬고 있었다. 이 말을 전해들
은 원군은 “됐다. 그야말로 참된 화공이다”라고 말하였다. 2)
복식服飾은 사람의 심리나 성격과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겉모습이 변
하면 내면세계도 변하곤 합니다.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우리가 세상
을 인식하고 이해할 때 정신이 아니라 몸이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감정적 상태는 정신에서 오지 않고 몸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습니다. 3)
포대화상은 배를 드러내놓고 항상 웃으면서 다녔기 때문에 진정 정신의
자유를 누렸는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해도 그리 기
분 나빠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의 얼굴이 항상 웃
는 얼굴이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싸고 있던 껍데기를 벗어버렸기 때문
이었을까요. 벌거벗은 채로 그냥 사는 것,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
으면 거기에 ‘나’라는 자아도 없어지기 때문에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
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배를 드러내고 항상 웃으며 이 동네 저 동네를 떠도는 포대화상
을 중국인들은 진정한 이상적 삶의 경지를 구현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마
침내 그를 미륵불처럼 숭배하게 된 것입니다.
2) 『莊子』, 外篇 田子方, “公使人視之 則解衣般礴 君曰 可矣 是眞畵者也.”
3) 윌리엄 제임스, 「마인드 Mind」 1884년, 「감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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