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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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晩東湖病客心 춘만동호병객심
一庭風雨夜愔愔 일정풍우야음음
明朝莫上高樓望 명조막상고루망
紅紫吹殘綠喑林 홍자취잔녹암림
봄날은 지나가고 동호의 나그네 병든 마음
비바람 한 번 치고 나니 밤 뜰은 고요하기만 하다.
내일 아침에는 높은 누대에 올라가지 마시게
떨어진 붉은 꽃잎들이 짙푸른 숲에 흩날려 있을 것이니.
그는 중종 연간에는 조광조趙光祖(1482~1519) 등 개혁파 사림들이 모함에
걸려 죽는 기묘사화己卯士禍의 참사도 보았고, 중종 사후 후계문제로 다투
는 과정에서 권신權臣 김안로金安老(1481~1537)의 세력들이 인종을 앞세워
문정왕후 폐위를 시도하다가 인종이 갑자기 죽자 상황이 급변하여 사약을
받고 황천길로 가는 장면도 보았다. 1550년에는 문과급제하고 대사헌, 관
찰사를 지내며 활약하던 형 온계溫溪 이해李瀣(1496~1550) 선생 역시 모함을
받고 귀양을 가는 도중에 죽는 참극을 겪었다. 그래서 퇴계선생은 일생 동
안 수없이 많은 임금의 부름에도 사양하고 지방관리나 잠시 맡다가 학문
의 길에 정진했을지도 모른다.
살구꽃 만발한 봉은사
선조 때 우의정을 지낸 심수경沈守慶(1516~1599)도 명종 1년인 1546년에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동호의 독서당에서 사가독서를 하던 어느 봄날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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