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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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1572) 선생도 4일 밤 선생의 객관으로 갔다가 새벽에 선생이 묵고 있
는 몽뢰정夢賚亭으로 가서 선생을 모시고 함께 배를 타고 봉은사에 이르러
이별의 정을 나누게 된다. 몽뢰정은 정유길鄭惟吉(1515~1588) 선생이 한강변
동호에 지은 정자다. 독서당에서 독서할 때 어지러운 나라 모습에 가슴 아
파하며 바라다보던 곳, 문정왕후가 죽자 모두들 벌떼같이 일어나 공격을
할 때 그럴 것까지 없다고 했던 퇴계선생이 도성을 나와 동료들과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게 된 곳도 이곳 봉은사다. 그날 고봉선생은 이별의 안타까
움을 시로 남겼다.
江漢滔滔日夜流 강한도도일야류
先生此去若爲留 선생차거약위유
沙邊拽纜遲徊處 사변예람지회처
不盡離腸萬斛愁 부진이장만곡수
한강물은 밤낮으로 도도히 흘러가는데
선생의 이번 걸음 멈추게 하고파라.
모래밭에 매인 닻줄 풀기 싫어 서성이는데
애간장 녹는 이별과 무거운 슬픔 가눌 길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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