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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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든가, 기도를 하더라도 나와 내 식구가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그
런 행위는 표층종교적 행위입니다. 반면에 심층적 종교는 지금의 내가 본
래적인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참나를 찾는 것입니다. 종교적 용어
로 자기 부인否認, 무아無我, 멸사滅私의 가르침을 중요시합니다. 류영모 선
생님의 용어를 빌리면, 표층종교는 ‘제나’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라면 심층
종교는 ‘얼나’를 목표로 하는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표층종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합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라고 하면서 이를 강요합니다. 그
러나 심층종교는 이해와 깨달음을 중요시합니다. 표층종교에서는 자기 종
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의문을 품지 말고 그대로 믿으면 거
기 따른 보상이 있을 것이라 가르칩니다. 그러나 심층종교는 지금 나를 얽
매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차원의 실재에 눈을 뜨
라고 가르칩니다. 이렇게 될 때 진정한 의미의 해방과 자유를 맛볼 수 있
다고 합니다.
셋째, 표층종교에서는 신이 저 위에 있다고 믿고 신을 자연히 밖에서 찾
지만 심층종교에서는 주로 신이 내 속에 있고, 이렇게 내 속에 있는 신이
결국 나의 참나라고 가르칩니다. 동학의 용어를 빌리면 내가 신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요, 이 신이 바로 나라고 하는 인내천人乃天입니다.
넷째, 표층종교는 경전을 문자 그대로 믿는 문자주의라면 심층종교는
문자 너머에 있는 더 큰 뜻, 속내를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표층종교는 손
가락에 집중하는 반면 심층종교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고 합니다.
다섯째, 표층종교는 문자의 표피적인 표현과 어긋나는 생각을 배격하고
자기들이 받아들인 것만 진리라고 주장하는 배타주의적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심층종교는 문자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거기에 매이지 않고 다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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