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P. 124
각들과 해석들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지닙니다.
표층불교와 심층불교
몇 가지 더 있지만 일단 여
기서는 이 정도로 그치고 불
교에서도 ‘표층/심층’이란 말
은 쓰지 않아도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한국 조계종의 중
천조 지눌知訥 사상에 크게 영
향을 준 당나라 승려 종밀宗密
(780~841)은 그의 저술 『원인
론原人論』에서 불교의 교의를
사진 5. 규봉종밀.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그 중
‘인천교人天敎’를 제일 하급으
로 취급했습니다. 인천교란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느냐 천상에 태어나느
냐, 육도 중 어느 한 가지로 태어나느냐를 궁극 관심으로 삼는 태도를 말
합니다. 말하자면 표층불교인 셈입니다.
종밀에 의하면 이런 인과응보적인 태도는 ‘내 속에 불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최고 제5단계 ‘일승현성교一乘顯性敎’의 가르침과 너무 먼 율법
주의적 초보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제5단계의 가르침은 말하자면 심층
불교인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불교 평신도들도 심층으로 거듭
날 때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