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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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일상적인 나를 영구불변의 실재로 보고 떠받드는 종교는 집착, 욕심,
          증오, 교만, 이기주의 등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라 보았습니다. ‘나’라는 생각, 나를 떠받들려고 애쓰는 것이 결국 괴로움

          으로 이끄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분쟁에서부터 국가 간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작용
          은 바로 나에 대한 오해와 집착,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기주의적 사고
          라고 본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섯 수도승에게 “[지금의 나에 대해] 염증을

          느껴야 거기서 물러설 수 있고, 물러서야 참으로 자유스러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무아의 가르침은 윤리적 ‘요청(postulate)’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논리적 근거입니다. 논리적 근거의 첫째는 오온五蘊입니다. 오온

          이란 ‘나’라고 하는 것은 영원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

          라는 다섯 가지 요인의 일시적인 가합假合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마치 마
          차가 실제로는 하나의 독립적 실체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 판자, 바퀴
          살, 심보, 밧줄 등으로 이루어진 결합체에 붙여진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다

          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아가 그 자체로 독립적 실체일 수 없다는 논리적 근거 둘째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연기緣起’ 사상입니다. 연기란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는 기본 원칙으로서, 세상의 모든 사물은 예외 없이

          다른 무엇에 의해 생겨난다는 가르침입니다. 모두가 상호의존, 상호연관

          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존재할 뿐 독자적으로 일어나거나 존재하는 실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립적 실체로서의 ‘나’는 성립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아란 이처럼 실체가 없기에 거

          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우리는 그만큼 자유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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