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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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1940년대 원산시 전경.
뭔지 모르지만 동네 축제가 있었어요. 놀이패들이 오고 사람들이 줄줄이
따르고 애들은 마냥 좋아 따라다니거든요.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요? 달려나가 신나게 따라다니다가 저녁때가 훨씬 지나 어두워져서 돌아
왔지요.
허기진 김에 허겁지겁 밥을 많이 먹었지요. 그러고 나니까 졸리잖아요.
그대로 잤지요. 공부는 뒷전이었지요. 다음 날 공부 시간에 제대로 못 외우
고 더듬거릴 수밖에요. 할아버지께서 종아리를 걷게 했어요. 그날 꽤 아프
게 맞았지요. 딱, 딱, 딱 세 번 때리시는데, 그때에 엄살을 부렸다가는 더 맞
기 쉬워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참았지요. 회초리를 내려놓으시더니, “오늘
은 공부 못 한다. 가서 이것 모두 외워 가지고 내일 와서 다시 배운다.”고 하
셨어요. 천자문 뗄 때까지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 할아버지가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우셨군요?
자애로우시지만 엄격한 가르침을 소학교 들어갈 때까지 한 4년 동안 받
았어요. 말하자면 할아버지가 서당의 독선생인 셈이지요. 4년 동안 『천자
문』, 그다음에 『동몽선습』, 『명심보감』, 그다음에 『소학』 등을 배웠어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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