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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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우리 집은 부친
                                                       이 영화관 경영만 한
                                                       것이 아니라 원산 시

                                                       내에 큰 목재소를 운

                                                       영했어요. 목재를 사
                                                       오기도  하고,  주로
                                                       산판이라고, 산중에

                                                       서 나오는 나무를 전

                                                       부 들여와 제재해서
          사진 7. 엄혹했던 학창시절을 회고하고 계신 인환스님.               팔았지요.



          ▶ 부친이 극장운영과 제재소를 운영하셨군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학생을 전부 근로동원 시켜서 산중에 가서 일주일
          내지 열흘씩 있으면서 소나무를 베도록 시켰어요. 배 만드는 조선용으로
          쓴다는 명목으로 몇 백 년씩 내려오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어서 가지

          고 나갔어요. 또 벌목하고 남은 등걸까지 파내게 해서는 진액을 뽑아 정제

          해서 항공기 기름으로 쓴다는 거예요. 참 망할 운명이지요.
           서방은 진진찰찰塵塵刹刹 석유를 써가며 수백 대의 비행기를 띄우는데,
          일본은 기껏 어린 학생들 동원시켰어요. 종일 캐야 이런 나무 등걸 하나 캘

          까 말까인데. 나무 하나에 개미떼처럼 모여서 연장이래야 괭이하고 삽밖

          에 더 있나요. 힘들게 파내면 나중에 트럭에 싣고 갔어요. 그렇게 전쟁 말
          기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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