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P. 141
사진 6. 인환스님이 공부했던 원산상업학교 교사.
요. 1학년 때 영어를 배우는데 미국과 영국을 귀축鬼畜, 말하자면 귀신이나
축생 같은 놈들이라며 “귀축미영鬼畜米英!”이라는 구호를 외치도록 했어요.
1945년 광복되기 직전, 7~8개월 전에 전쟁이 점점 막바지에 이를 때입
니다. 일본 본토에 B-29라고 하는 폭격기가 동경이고 어디고 막 폭탄을
내려 가지고 쑥대밭이 되었다고 했어요. 머지않아 한반도에도 비행기가 와
가지고 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일본은 그때 속으로는 망해 들어가면서도 겉으로는 결사항쟁을 했어요.
그것들이 일본 열도에 상륙하기만 하면, 그때 인구가 1억이라고 그랬거든
요. 1억이 전부 무기 하나씩, 대나무 죽창으로 그 상륙하는 미군 하나씩 죽
이겠다 이겁니다. 그때 일본과 미국은 군사력이 크게 차이 났는데도 말이
지요. 미국은 온갖 비행기, 군함 가지고 나중에 원자폭탄까지 투하했지요.
일본은 석유와 군사물자가 모자라서 죽을 지경인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을 그런 식으로 훈련시켰지요. 안 받을 수가 없단 말이요.
그러다가 해방되기 7~8개월 전에 도시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지방 시
골로 이주시켰어요. ‘소개疏開’라고 해요. 그래서 많은 집들이 시골로 갔어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