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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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니까 신문에 일본 천황 사진이 흔하게 나왔거든요. 선생님들이 “너희
          들 집에 온 신문에 천황이 나온 사진을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꼭 오려서 학
          교에 가져오너라.”고 했어요. 오려서 가지고 가면 모아 가지고 따로 모시

          고, 그런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또 ‘황국신민의 선서’라는 것이 있었어요.

          뭘 할 때마다 외웠지요. 전쟁 말기에 가서는 하는 짓이 점점 크레이지crazy
          해 졌어요. 우리 민족성을 다 일본식으로 바꾸라고도 했지요. 심지어 시골
          에서 원산장에 오는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나 아녀자들까지 길에서 잡아

          세우고는 황국신민의 선서라는 것을 외우라고 하더구만요. 외우면 장에 들

          여보내고 못 외우면 못 가게, 그런 짓까지 했단 말이죠.


            태평양전쟁 중 귀축미영 구호를 외치며 공부



          ▶ 태평양전쟁 중에 중학교를 다니셨군요?

           1944년도에 (구제) 원산상업학
          교에 입학했어요. 아버지도 여기

          출신이고,  형도  여기  출신인데

          내가  삼대로  또  여기  들어갔어
          요. 학생들은 우리 조선 사람이 3
          분의 2 정도이고, 나머지가 일본

          학생이었어요. 그때는 일본이 전

          쟁 말기에 접어들었던 시기라 공
          부를 하면서도 군사훈련을 받았
          어요. 카키색 군복을 입고 모자
                                         사진 5.  태평양전쟁 중 미국과 영국 타도를 외치는
          도 쓰고 각반에 군화까지 신었어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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