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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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훅! 하고 촛불을 꺼버린
가르침이 결정적이었다. “
경전은 남이 내어준 촛불이
었구나! 그것에 의지하는
밝음은 결국 어두움을 감춘
밝음이었구나!” 이에 덕산
스님은 자부심의 근원이었
던 『청룡소초』를 불태워 버
리고 선에 들어간다.
덕산스님이 깨달은 뒤에
사진 2. 덕산선감 선사.
몽둥이를 휘두르는 방편을
구사했던 것도 불교적 지식에 기댈 여지를 씻어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이
해된다. 이 ‘덕산선사의 몽둥이 설법[德山棒]’은 가장 선사다운 가르침의 전
형으로 수용된다. 앎의 흔적을 씻어내는 일이 참선의 길이라는 점에 대한
절대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을 불태우는 일은 선가에 흔한 풍경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성
철스님의 ‘책 보지 말라’는 얘기가 나온다. 가능하면 책을 보지 말라는 말
이 아니다. 불경이거나 신문이거나 다른 무엇이거나 간에 글자라고 생긴
것은 눈에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순간 눈에 티끌이 생긴다고 보았기 때
문이다. 문자와 관련된 한 성철스님은 철저하고도 비타협적이다. 생각해
보면 당시 불교계에서 성철스님만큼 문자를 많이 본 경우도 드물 것이다.
오죽하면 팔만대장경을 다 외는 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이렇게 경
전 읽기에 최고였던 성철스님은 문자를 배척했고, 걸어다니는 『금강경』이
었던 덕산스님은 자신의 『청룡소초』를 불태웠다. 그것은 직접 체험한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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