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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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지 못했다. 불법에 대한 지식과 이해
를 내려놓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니,
도대체 왜 내려놓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부처님의
성스러운 말씀을 받아 지니는 이 고귀한
행위를 왜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부처님을 따른다는 것은 직접 부처가
되는 길을 걷는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
해서 그 가르침의 말씀을 받아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말씀만을 기억
사진 3. 『 수능엄경』 표지. 사진: 한국민족
하고 이해하면서 그것이 깨달음으로 이 문화대백과사전.
끌기 위한 방편임을 잊는다면 얘기가 달
라진다. 아난존자가 그랬다. 그와 관련된 『수능엄경』 등의 신화적 기록에
의하면 부처님이 열반하기 전까지 아난존자는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부
처님의 꾸지람을 받게 된다. “여래의 심오하고 위대한 가르침을 억만 겁
동안 기억한다 해도 그것이 단 하루 무념을 수행하는 일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난존자는 지식과 이해를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는 사형인 가섭존자에게 ‘피부병 앓는 여우’라는 비판까지 받
게 된다. 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이곳저곳 힐끗거리기를 반복한다. 여기에
피부병까지 앓게 되면 그 힐끗거리기가 배가 될 것은 정한 이치다. 지식의
힐끗거림을 반복하고 있던 아난존자는 바로 그 일로 인해서 부처님 열반
이후 가장 성대한 법회였던 칠엽굴 경전결집의 모임에서 축출되고 만다.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기로는 최고였지만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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