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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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깨달음이 일어난 것이다.
               성철스님은 선에 드는 사람들을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남김없이 기억했
             던 아난존자의 경우를 자주 예로 든다. 알고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의

             증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고질병,

             병통, 중환이라는 것이다. 정말 아난존자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까? 소설
             적 허구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성철스
             님은 아난의 축출사건이 『사분율』 등 율장이나 남전 및 북전의 여러 경전

             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임에 틀

             림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말한다.


                  “이 다문多聞의 고질은 세존께서도 속수무책이었으니 얼마나 가공

                  할 병통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천만 노력하여 다문의

                  중환에서 벗어나야 심안心眼을 통개洞開하여 불법을 바로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이것은 점잖은 표현이다. 성철선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는 만큼, 아는 것에

             의지하는 그만큼, 장애의 구름장이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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