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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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전등록』 권12에 실린 전기에는 황벽에게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
서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라고 물었다가 몽둥이로 두들겨 맞기를 세 차
례 겪고 난 후, 황벽에게 하직 인사를 하자 대우大愚에게 찾아가라고 권하
여 대우의 처소로 찾아갔다. 대우가 어째서 왔는가를 묻자 세 차례 몽둥이
로 맞은 일을 고하자, 대우는 “황벽이 그렇게 그대를 위해 노파심으로 애
를 썼는데 아직도 허물을 찾고 있는가?”라고 했다. 그 말에 의현은 크게 깨
닫고 “불법에도 다른 것이 없구나.”라고 하였다.
그러자 대우가 의현의 옷깃을 잡고, “금방 나는 모르겠다고 하더니 지금
은 또 다른 것이 없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알고 얼마나 알았는가?”라고 힐
난했다. 의현이 대우의 갈비뼈 밑을 주먹으로 한 대 때리니 대우가 놓으면
8)
서 “너의 스승은 황벽이니 나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후 다시
황벽의 처소로 돌아와 황벽을 한 대 때린 일은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이 의현이 깨달음을 얻게 된 기연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당집』의
전기에서는 그와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그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황벽이
설법 가운데 대우를 언급하면서 “나중에 영리한 사람을 만나면 나를 찾도
록 지시해 주시오.”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의현이 그를 듣고 대우를 찾아
가 『유가론瑜伽論』을 언급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대우는 대꾸도 하
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대우는 “노승이 홀로 산에 집을 짓고 살고 있어 그
대가 멀리서 온 것을 생각하여 하룻밤 묵어가게 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어젯밤에 내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깨끗하지 못한 것을 쏟아냈는가?”라
8)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12(大正藏51, 290a), “師遂參大愚. 愚問曰: 什麽處來? 曰: 黃蘗來. 愚曰:
黃蘗有何言敎? 曰: 義玄親問西來的的意, 蒙和尙便打. 如是三問三轉被打. 不知過在什麽處? 愚曰:
黃蘗恁麽老婆, 爲汝得徹困, 猶覓過在. 師於是大悟云: 佛法也無多子. 愚乃搊師衣領云: 適來道我不
會, 而今又道無多子. 是多少來是多少來? 師向愚肋下打一拳. 愚托開云: 汝師黃蘗, 非干我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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