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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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며 몽둥이로 몇 차례
때리고 문을 닫아버렸다. 9)
의현은 황벽에게 돌아와
그 일을 말하자 헛되게 다
녀온 것을 꾸짖었고, 의현
은 다시 대우에게 가자 다
사진 2. 『조당집』. 사진: 불교학술원.
시 몽둥이로 때리고 문밖으
로 밀어내었다. 의현은 다시 황벽의 처소로 돌아왔다가 열흘 후에 다시 대
우를 찾아가니, 대우가 몽둥이를 들어 때리려고 하자 의현이 몽둥이를 빼
앗고 대우를 껴안고 쓰러져 그의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마침내
대우가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가 홀로 산에 집을 짓고 살면서 일생
10)
을 헛되이 보냈다고 했는데, 뜻밖에 오늘 한 아들을 얻었구나.” 라고 하였
다. 이로부터 의현은 10여 년 동안 대우를 시봉하였고, 임종하면서 “그대
는 스스로 평생平生을 저버리지 않았고, 또 나의 임종을 지켜 주는구나. 뒷
날 세상에 나가 마음을 전하게 되거든 무엇보다 황벽黃蘗을 잊지 말라.” 11)
라고 하였다.
따라서 의현의 깨달음에 대한 기연은 『조당집』과 『경덕전등록』이 서로
차이가 난다. 『조당집』은 952년에 간행되었고, 『경덕전등록』은 1004년에
간행된 것이기 때문에 『조당집』의 기사가 더 빠르다고 하겠다. 그러나 의
현의 제자인 삼성혜연三聖慧然(?~?)이 편집하고 흥화존장興化存奘(830~888)
9) 靜筠編著, 『祖堂集』 卷19(大藏經補編25, 661b), “老僧獨居山舍, 念子遠來, 且延一宿, 何故夜間於吾
前無羞慚, 放不淨? 言訖, 杖之數下推出, 關卻門.”
10) 앞의 책, “吾獨居山舍, 將謂空過一生, 不期今日卻得一子.”
11) 앞의 책(大藏經補編25, 662a), “子自不負平生, 又乃終吾一世, 已後出世傳心, 第一莫忘黃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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