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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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저 좀 여기에 있게 해주세요.”
                  “안 된다.”
                  노장은 단호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그

                  가 아니었다. 수차례 청을 넣어 결국 허

                  락을 받았다. 일을 돕고 공부하며 1년
                  동안  노장을  시봉하면서  불교에  대한             사진 7. 누비 단웅이중치막.
                  의문이 일었다. 성철스님을 친견한 것

                  은 그때였다.

                  “니 뭐하노?”
                  성철스님은 대뜸 그에게 물었다.
                  “글 좀 할까 합니다.”

                  “글 해가지고 뭐할래? 니는 도 닦으면

                  성불할 수 있는데 내한테 와서 공부해
                                                      사진 8. 솜누비 까치두루마기.
                  라.”
                  “성불은 해서 뭐합니까. 아 놓고 필녀筆女로 사는 게 좋지. 전 안 해

                  요.”

                  “그라지 말고 내한테 와서 화두 받아 공부해라.”
                  “안 한다니까요.”
                  “묵죽墨竹으로 유명한 옥봉 비구니도 날 찾아와서 화두를 달라고

                  했는데 안 줬다. 그런 대가도 나이 육칠십에 공부할라고 그러는데

                  니가 그래가지고 뭐할끼고?”
                  “그러면 화두가 뭔지 저한테 말씀을 해주세요.”



               그렇게 해서 받은 게 마삼근麻三斤 화두였다. 초발심으로 기도를 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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