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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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누비는 여덟 땀, 아홉 땀, 열 땀을
             떠야 비로소 1㎝ 나간다. 8폭 치마
             한 폭을 세누비로 만들려면 600줄

             이 넘게 누비질을 해야 하는 고된

             일이다. 솜을 넣어 누비면 ‘솜누비’
             라 하고, 옷감 두 겹만을 누비면 ‘겹
             누비’라 한다. 줄을 굵게 잡아 골이

             깊으면 ‘오목누비’, 솜을 얇게 두고

             넓게 누벼 납작하면 ‘납작누비’라고
             한다.
                                               사진 5. 경주 누비공방.
               옷감에 따라, 실에 따라 여러 다
             양한 누비가 있겠으나 한 벌의 누비옷을 짓기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정

             성어린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바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점차 이 옷을  찾지 않게 되었다. 맥이 끊어지게 된 누비의 숨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그 맥을 잇고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는 김해자 선

             생이다. 가장 단순한 바느질을 수행의 도구로, 일생의 벗으로 삼아 무형문

             화재로 지정된 김해자 선생을 찾아보았다. 한 올도 건너뛸 수 없고 한 올
             도 옆으로 갈 수 없는 누비를 통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철 큰스님께 받은 마삼근 화두



               누비는 추운 겨울 방한을 주목적으로 하지만 누비 소재의 옷감을 보고
             있노라면 그 나름의 멋과 손맛이 있다. 요즘 시중의 누비제품은 대부분 기

             계를 사용해서 일률적이라 재미가 덜하지만 프린터로 뽑은 자판글씨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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