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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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경주 누비전시.


          람의 손길로 쓴 손글씨의 차이가 명확하게 다르듯, 손으로 지은 누비옷에

          서는 그 사람의 손맵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글에도 명필名筆이 있듯 바느질에도 명침名針이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한옥마을(식혜골길 33)에 위치한 누비공방에서 바늘로 획을 긋는 김

          해자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공방은 정갈하고 단아한 누비옷 차림의 선생

          은 온화한 표정으로 객을 맞이하였다.
           우선 탕관에 찻물을 올리고 돌확에 녹차를 곱게 간다. 드륵드륵 찻잎 갈
          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탕관에 물이 적당히 끓으면 곱게 갈은 차를 넣어

          우려 따라낸다. 점다법點茶法으로 차의 깊은 맛을 낸 것이다. 봄이 되면 차

          를 직접 덖어 만든다 하니 차에 대한 조예가 예사가 아니다. 손님에게 차
          를 내는 처음부터 전과정에 정성과 집중을 다하듯 선생의 삶 또한 그러하
          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누비의 인연은 어쩌면 성철스님과의 인

          연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선생은 마음 내려놓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 산 저 산 많은
          곳을 올랐다고 한다. 한라산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30인 고승
          서화전에 들렀다. 거기서 경봉스님의 글을 보게 되고 깊은 감흥에 곧장 노

          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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