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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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불법佛法의 대의大義로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석상에게 묻는다.
“무엇이 불법대의佛法大義입니까?”
“낙화落花가 물 따라 흘러가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길게 자란 대나무가 바람을 불렀네!” 5)
석상경제는 불법대의를 묻는 질문에 ‘낙화가 물 따라 흘러가네’라고 대
답하자 질문을 한 사람은 그게 어째서 불법대의인지 어리둥절해서 다시 반
문합니다. 아마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대답이라 놀랐겠지요. 그런데
석상경제는 다시 ‘길게 자란 대나무가 바람을 불렀네’라고 대답합니다. 대
나무가 바람을 부르다니 질문을 한 사람은 아마 더욱 놀라지 않았을까요.
석상경제는 이처럼 상대의 상상을 초월한 대답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반
전反轉과 경이의 감정을 가져다 줍니다.
소크라테스는 상상을 초월한 것을 목격했을 때 생기는 경이의 감정이야
말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의 감정이며, 이 감정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말
했습니다. 석상경제는 “길게 자란 대나무가 바람을 불렀네!”라는 구절로
6)
후학들이 불법을 가까운 데서 찾을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불법을 찾느라고 긴장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5) 張中行, 『禪外說禪』(普通本, 2012), 第五章 「禪宗史略」 石霜慶諸條, “如人問 如何是佛法大義 他說 落花隨
水去 又問這是甚麽意思 他說 脩竹引風來.”
6)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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