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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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무심한 감촉을 보여줍니다.
모처럼 대나무 숲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기분 좋은 반나절을
보냈습니다. 댓잎소리길을 걸은 다음 옆에 있는 죽곡산(195.7m)으로 올라
갑니다. 가파르지 않아서 편안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
이 편안해지는 속도로 산길을 걸어갑니다.
인생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강물에 떠내려가는 잎새 하나
30분 정도 오르면 금호강과 낙동강을 조망하는 강정대가 나옵니다. 조
망을 확보하기 위해 정자를 3층으로 올리다 보니 계단이 상당히 가파릅니
다. 옛날부터 높은 누각에 오르는 것은 인생의 큰 즐거움입니다. 우리는 더
멀리 조망하기 위해 누각의 한 층을 더 올라가곤 합니다.
인생이란 화려한 꽃이 아니라 그저 강물에 떠내려가는 잎새 하나에 불
과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삶의 우아한 풍경도 하나의 얼룩처럼 흐릿해집
니다. 자연은 우리의 삶이 한 길로만 그것도 단 한 번만 지나갈 수 있게 허
락합니다.
강물은 저 알 수 없는 곳에서 흘러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그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강물은 흘러가며 말해 줍니다. 성공했든 그렇지
못했든 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감사함이고 경이로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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