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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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자란 대나무가 바람을 불렀네
소동파(1307~1101)는 “차라리 음식
에 고기가 없을지언정 거처에 대나무
가 없어서는 안 된다. 고기가 없으면
수척해지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
2)
이 저속해진다.” 고까지 말했습니다.
홍만선(1643~1715)은 “집 주변에 생기
를 돌게 하고 속기를 물리치기 원한
3)
다면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어라.” 고
했습니다.
대나무는 파초와 함께 사람을 운치
있게 하고 속된 것에서 벗어나게 합
니다. 선종禪宗에서는 자연계가 가장
불성佛性이 풍부하고 깨달음의 경지
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푸
르디푸른 대나무는 모두가 법신法
사진 2. 금호강변의 그윽하고 운치가 있는 댓
身이고, 무성한 노란 꽃은 반야가 아 잎소리길.
닌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4)
대나무 숲은 눈을 감고 바람이 댓잎을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참
된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석상경제(807~888)는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
2) 蘇軾, 「於潛僧綠筠軒」, “寧可食無肉, 不可居無竹, 無肉令人瘦, 無竹令人俗.”
3) 洪萬選, 『山林經濟』.
4) 『祖庭事苑』 卷第五, “靑靑翠竹 盡是眞如 鬱鬱黃花 無非般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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