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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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이자 설법입니다.
선사禪師들의 말씀을 통해 더 멀리 한번 내다보겠습니다. ‘뜰 앞의 측백
나무’라는 유명한 화두가 있습니다. 이 화두에는 시적 정서의 뒤엉킴이 있
고 존재 심층의 열림이 있습니다.
조주(778~897)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달마대사가 인도로부터 중
국으로 와서 전하고자 하는 마
음이 무엇입니까?”
조주가 답했다.
“뜰 앞의 측백나무다.” 2)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 이
다섯 글자 안에 선의 핵심이
들어 있습니다. 불도가 무엇
이냐고 묻는 물음에 뜰 앞의
측백나무라는 대답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측백나무
가 바로 도’가 아닌 것은 확실
합니다. 무문(1183~1260)도 “만
약 조주가 답한 바를 딱 알아
차릴 수 있다면, 과거불인 석
사진 9. 청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과나무. 가도 미래불인 미륵도 없을 것
2) 無門慧開, 『無門關』, 第37 庭前栢樹 : “趙州因僧問 如何是祖師西來意 州云 庭前柏樹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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