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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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바꾸며 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영토가 작은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곳곳에 두고 사는 우리는 참으로
복된 곳에 살고 있다. 이런 경우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어서 세상에 없는
신선神仙까지 끌어와 ‘동천洞天’이니 ‘선계仙界’니 하고 부르거나 ‘유토피아
utopia’니 ‘이상향理想鄕’이니 ‘샹그릴라Shangri-la’니 하는 말을 만들어 낸 것
이리라. 여기도 바위에 ‘불영동천佛靈洞天’이라 새기기도 했고, 수도산을 선
영산仙靈山이라고도 하고, 그 정상을 신선대神仙臺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에는
붉은 단풍이 타들어 가고 푸
른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시
사철 변함없이 자기 모습을
하고 있다. ‘고송특립孤松特
立에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
고 했던가. 하늘로 솟은 기암
절벽의 바위와 맑은 개울물
을 보노라면 ‘청천벽립靑天壁
立에 청정자심淸淨自心’이라
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
산들에 간혹 황금색으로 넓
게 카펫을 깔아 놓은 것은 군
락을 이룬 전나무들이다. 가
을날 청암사靑巖寺와 수도
암修道庵으로 가는 길은 이런
단풍들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사진 1. 무흘구곡武屹九曲 중 제9곡에 해당하는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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