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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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는 진실을 잃고, 어구에 사로잡히는 자는
             헤맨다.”고 덧붙였습니다.        3)
               사실 도는 만물에 골고루 다 있는 것입니다. ‘도는 측백나무’라고 말한

             것은 마침 조주의 눈에 측백나무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주로 번역한 것처럼 잣나무라고 해도 좋고, 모과나무라고 해
             도 좋습니다. 망아忘我의 경지를 향한 소망은 생각을 벗어나서 바로 존재
             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때 사람은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누

             리게 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상태가 되면 의지는 모조리 포기되고 순순한 인식주
             관, 즉 세계의 청명한 눈만 남게 된다고 말합니다.               4)



                산호 베갯머리에 흐르는 눈물,

                절반은 그대 생각 절반은 그대 원망


               아이고, 범부에게 화두는 정말이지 너무도 난해하고 너무도 말하기 어

             렵습니다.

               아름다운 경계가 일단 우리 눈앞에 전개되기만 하면 아무리 짧은 순간
             이라 해도 근심 걱정이 없는 순수 인식 상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
             만 범부는 거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자아로 되돌아오는

             순간 마법은 끝나 버리고, 우리는 다시 범부가 되어 모든 고난을 짊어지게

             됩니다. 수행 중이라 하더라도 마치 기초 저음처럼 “나는 결코 깨달을 수



             3)  上揭書, 第37 庭前栢樹 : “無門曰 若向趙州答處 見得親切 前無釋迦 後無彌勒 頌曰 言無展事 語不投
               機 承言者喪 滯句者迷.”
             4)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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