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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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진리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성주에서 당대의 거유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 선생이 경영했던 무
흘구곡武屹九曲이 펼쳐진 대가천大伽川을 따라 제1곡에서 찾아들면 마지막
으로 제9곡인 용추龍湫의 폭포에 이른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높은 바위
끝에서 은빛 구슬을 공중에 흩날리며 수직으로 떨어지는데, 아래에는 맑
은 소沼를 이루고 있고, 떨어지는 물소리는 장엄하다.
조선시대에 문인들은 송나라 주희朱憙(1130~1200)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세계를 흠모하며 우리 산천에도 구곡을 정하여 경영하였는데, 이 무흘구
곡은 우리나라의 구곡 가운데 길이가 제일 긴 구곡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
간이 일체가 되는 공간 속에서 방대한 장서를 수집하고 지식을 탐구하며
많은 지식인들과 함께 연구와 토론을 한 그 흔적들이 이제는 자연 속에 희
미하게 남아 있고, 곳곳에 서 있는 표지판만이 우리에게 그 시절의 편린片
鱗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런 삶을 살아갔을까? 인
간의 문제를 구명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정이었으리라. 어떤 이들은 출사出
仕하여 나라의 일에 헌신하였고, 어떤 이들은 광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평
생 탐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도선화상이 창건한 청암사
대가천 계곡으로 이어진 성주로를 따라 계속 들어가면 증산면 면사무소가
있는 곳에 이르는데, 이 지역은 옛날 ‘불영산 쌍계사佛靈山 雙溪寺’가 있었던 곳
이다. 옥동마을에 있은 쌍계사는 큰 사찰이었는데, 6·25전쟁기간 중인 1951
년 여름날 북한 김일성의 공산군이 불을 질러 전소되어 사라지고 없다.
여기서 수도암으로 오르는 길로 가지 말고 곧장 증산로를 따라가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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