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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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의천과 지눌이었다. 먼저 삼론학의 이론적 선구자인 승랑의 ‘이제
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를 서양의 변증법으로 해석했고, 이를 변증법적 인식
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수준 높은 철학으로 평가했다. 또 현장의 제자
로서 독특한 유식사상을 펼친 원측의 교학에서 훗설의 현상학을 연상시키
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는 원측이 의식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한 점을 들면
서 현상학의 본질 직관보다 뛰어나다고 보았다.
나아가 승랑의 중관사상과 원측의 유식사상을 화쟁의 논리로 종합한 이
가 바로 원효이며, 모든 정과 반의 모순과 다툼을 하나로 화해시킨 것이 원
효의 사상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의천의 사상에서 주목한 것도 의천이 원
효의 화쟁 사상을 다시금 재발견하고 교관敎觀의 병행을 추구한 점이었다.
지눌의 경우 ‘회광반조廻光返照’를 현상학의 개념인 본질 직관과 연결시키
면서 정적인 관조에 그치는 본질 직관에 비해 더 근본적인 인식이라고 추
켜세웠다.
『한국사상사- 불교편』에서는 ‘화쟁의 논리’라는 장을 별도로 두어 원효
사상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여기서는 원효 사상의 특수성과 고유성을 강
조하며 철학적 특징을 검토했는데, 불교 사상사적 의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석가모니 당시는 몇 가지 견해와 입장만 존재하여
그 속에서 진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여러 상이한 이
론과 해석이 등장하게 되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다투게 됨에 따라 교리
적 반목이 심해졌다. 이런 갈등과 분쟁 속에서 원효의 사상이 등장함으로
써 모든 논쟁이 중재되고 다양한 견해가 통합되기에 이르렀다.”고 높이 평
가했다.
박종홍은 원효의 화쟁 논리야말로 화합을 강조함으로써 한국불교의 방
향을 제시했다고 보았다. 또 화쟁 사상을 이견과 분열을 극복하는 화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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