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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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감각기능과 감각대상에 의해서 생성되고, 그 다음 순간 새로운 식
이 생성되는, 즉 식의 생멸을 말한다. 그러므로 불교의 세계는 생멸하는 식
의 세계이다. 결국 식識에 의한 세계이다. 세계는 존재와 구분된다. 존재를
인식함으로 인해서 세계가 개현되는 것이다. 인식에 의해서 세계가 발생하
는 것이다. 이처럼 인식과 세계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 생멸하는
존재가 운동의 법칙인 연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듯이, 인식에 의해서 세
계가 생멸하므로 인식과 세계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존재와 연기는 붓
다도 ‘발견’했다고 할 만큼 원래의 모습일 뿐이지만 인식과 세계는 유정의 인
식이 개입된다. 유정의 감각기능에 의해서 각각의 세계가 개현하게 된다.
불교심리치료적 함축
모든 존재가 인간에 의해서 구분된다는 것은 치유적 함의를 가진다. 인간
을 넘어선 기준에 따른 분류라고 한다면, 그 기준은 인간이 바꿀 수 없다. 즉
그 기준에 의해서는 치유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해서 존재가 분류되
므로 인간에 의한 변화가 가능해진다. 변화가 가능하다는 근본적인 전제 위
에 인간에 의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세계를 감각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양한 세계가 인간의 감각에 의해서 매순간 펼쳐지고 있
다. 이러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근본 원인인 인식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세계는 불교의 존재론인 담마로지, 곧 법론에서 출발하고, 법의 특징을 전제
하는 가운데 세계는 감각에 의해서 매순간,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식에 의해서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알
게 되면 자신에게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는 근원적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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