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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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겪었어요. 우리 외가도 그렇게 됐고 나도 그
랬단 말이요.
스승이셨던 원허스님 밑에 법홍스님이라는
상좌가 한 분 있었는데, 이 분들도 북한정권을
피해 남으로 오셨어요. 법홍스님은 원허스님의
참회상좌懺悔上座예요. 절에 들어가면 처음에
계 받고 출가할 때 스승이 둘 생깁니다. 하나는
사진 3. 법홍스님(전 원효종 종정).
은사恩師 스님이고, 또 하나는 계를 받는 계사戒
師 스님입니다. 그러다가 스님 노릇 상당히 하다가 나중에 나의 평생을 지
도해 줄 또 다른 스승을 만나면 법사스님으로 모시게 되지요.
이런 인연을 만났을 때 참회상좌가 되는 겁니다.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
어요. 그 법홍스님(2003년 입적)이 훗날 부산 금수사에 계시면서 원효종 종
정을 지내셨어요. 이 분이 원허스님을 모시고 표훈사에 살았어요. 그런데
아까 얘기처럼 절에 주지를 한 사람은 다 반동계급으로 취급하는 겁니다.
그러자 두 스님은 도저히 여기에 있을 수가 없으니 한밤중에 위험을 무릅
쓰고 삼팔선을 넘어왔어요.
▶당시 가족과 어떻게 헤어졌나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배경을 먼저 말할까 합니다. 저는 형제가 여덟인
데 내가 둘째입니다. 위에 형님은 나보다 네 살 위입니다. 제가 원산상업
학교 다닐 때, 형은 그 원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연세전문학교에 다
녔어요. 연세전문은 지금의 연세대학 전신인데. 연희전문학교라고 그랬어
요. 그때 형이 2학년이었을 때인데 해방이 됐어요. 그 무렵 고향에 와 있
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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