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P. 152

요.  먼저  온  사람들
                                                      이  바닷가  여기저기
                                                      있었어요. 그 엄동설

                                                      한에  바다에  빠져서
          사진 8.  1940년대 개항 초기 묵호항(동해시청).
                                                      흠뻑  젖어서  올라왔
          으니 얼마나 추운지요. 다른 옷이 없어 젖은 옷으로 견뎠어요. 그때에 양 손,
          두 발 다 지독한 동상에 걸려 하룻밤 자고 나니까 발이랑 퉁퉁 부었어요.



          ▶고향 원산을 그렇게 떠나셨군요?

           약이 뭐 있나요. 오랫동안 내려오는 민간요법이 전부였지요. 동상이 심
          하게 걸리면 누런 콩을 반쯤 넣고 거기다가 동상 걸린 손이나 발을 집어넣

          고 있으면 나아진다고 했어요. 나도 그렇게 해서 하루를 지내니까 얼어 가

          지고 퉁퉁 부었던 다리가 녹아서 물 흐르듯이 슥 빠져나오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거기서 한 일주일 머물러 있는 동안에 그렇게 해서 완전하진 못하
          지만 좋아졌어요. 또 먹을 것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손발 집어넣고 언 물

          이 올라온 그 콩을 깨끗이 씻어서 삶아 먹었어요. 이후에도 한 6~7년 되

          도록 겨울 그 시절이 되면 다시 손발이 가려워지곤 했지요.
           섬 생활 일주일 만에 어떻게 연락이 닿아 가지고 유엔군이 L.S.T라고 하
          는 배를 보내왔어요. 여러 대가 와서 피난민들을 다 싣고 넓은 바다에 있

          는 큰 군함으로 옮겨갔어요. 함흥에서 철수한 큰 배들은 다 거제도, 제주

          도로 갔는데, 원산항에서 간 우리 배는 멀리 안 가고 가까이 있는 강원도
          묵호 현 동해시에 도착했어요. 이렇게 남한 땅을 처음 밟게 되었지요.








          152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