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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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양식이
없을 때 바꿔 먹
을 수 있도록 내
가 가지고 있는
옷 가운데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그 위에 오바를
걸치게 해서 옷
사진 7. 우여곡절의 피난길을 회상하는 인환스님.
이 퉁퉁했어요.
우리 어머니가 참 대단해요. 가족 형제 가운데는 젖먹이 동생도 있었어요.
어머니가 볼 때 여기에 같이 나서면 도중에 다 죽게 생겼고, 아녀자와 애
들을 어쩌겠어요. 아버지와 형, 나, 남자들은 위험하거든요. 그러니까 가
족 걱정하지 말고 제각기 힘 따라 피난하라고 하셨어요.
우리야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히려 어머니 쪽에서 우리 등
을 떠밀었어요. 돌아서는 우리나, 어서 가라고 재촉하는 어머니나 이 사태
가 그렇게 오래야 가겠느냐, 유엔군이 올라갔다가 임시 후퇴를 했으니 다
시 또 반격하는 그런 일이 곧 온다고 믿었지요. 얼마 동안 헤어져서 참고
견디면 또다시 만날 수가 있겠지 했던 거예요. 그것이 없었더라면, 가족을
놓아두고 도저히 돌아설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지금까지 60
년이 흘렀네요.
그렇게 바닷물에 뛰어들어 온 힘을 다해 배를 따라갔지요. 수영은 제법
잘했으니까 상당한 거리를 헤엄쳤더니 배가 멈췄어요. 겨우 올라탔던 겁
니다. 원산항이 있는 옆 반도를 영흥만이라고 합니다. 그 영흥만의 섬들은
유인도도 있지만 무인도가 더 많아요. 호도虎島라는 무인도에 배가 멈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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