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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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서방문화파는 동양 문화는 아직
고대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대의 유물이
고 서양 문화만이 진정한 근대 문화라고 보
았다. 사회는 당연히 고대 문화에서 근대 문
화로 발전해 가는 것이므로 동양 문화는 무
조건 서양 문화로 이행하는 것이 역사적 필
연이라고 여겨졌다. 따라서 동양은 전적으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
로 이어졌다.
중국 근대불교의 독창적인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웅십력은 동양 문화를 우월한 정
신 문화로 파악하는 면에서 동방문화파에 속
사진 4. 노신의 소설 『아Q정전』의 표지.
하며, 동양의 도덕을 바탕으로 서양의 과학 문
화를 조화해야 한다는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의 맥을 계승하였다. 전통철학
의 입장에서는 서양 근대사상이 침범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전통을 버
리고 서양 문화만을 추종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렇게 하고자 해도 현실
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전통을 전적으로 없애면 중국 자체의 정신성이 사라져 버릴 것이고, 또
서양이 최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여겨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
전의 발발로 인한 참사가 그 한 예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서양과 동양의
좋은 점만을 뽑아서 새로운 중국의 길을 개척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이 대세를 이루었다. 중체서용론이 바로 동양의 정신성, 서양의 물질성을
다 받아서 조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철학사상·종교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특히 이 길을 선호하였다. 유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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