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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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 부흥을 주장하는 구양경무나 전통철학을 중시한 태허, 불교와 유학,
서양철학을 합쳐 새로운 독자적인 길을 모색한 웅십력, 이들 모두가 동서
문화 논쟁에서 동방문화파의 주장을 수용하였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
다. 손중산을 중심으로 한 민주혁명파는 5·4 운동 이후 좌파는 마르크스
주의에 접근하게 되었고, 중간파는 대개 동방문화파로 연결되었다.
과학과 형이상학(철학)이 같은 길을 갈 수 있는가?
과학과 형이상학 논쟁, 또는 과학과 인생관 논쟁은 과학과 형이상학, 과
학과 인생관의 관계를 놓고 과학파와 현학파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현학玄
學(=형이상학)파는 기본적으로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인생관에 근거해
있고, 과학파는 과학적 인생관에 근거해 있었다. 현학파에 따르면, 사람
의 인생관은 결코 통일될 수 없고
계속 변화하는 것이며 살아 있는
것[活] 그 자체이다. 우리의 삶은 쉬
지 않고 변화하며, 개별적인 것이
어서 하나의 것으로 통일할 수 없
기 때문이다.
현학파는 이러한 입장이 세계를
‘본체와 작용의 일치[체용불이體用不
二]’라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송명
성리학의 전통에 서 있다고 보았
다. 그들은 나아가 철학과 과학의
사진 5. 중국 신문화운동의 두 기치인 민주주의와
과학을 다룬 잡지 『新靑年』. 영역을 확연히 구분하여, 가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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