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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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오던 중 정읍井邑에서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 동안 송
시열과 그의 막강한 붕당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던 수많은 원혼冤魂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법가사상을 완성한 한비韓非(B.C. 280~B.C. 233)는 일찍이 그의 법치국
가론 『한비자韓非子』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주위에서 칭송을 받는 자라고 하여 좋은 자리에 승진시키게
되면 신하들은 군주를 떠나 이익이 맞는 자들끼리 붕당을 만들 것
이고, 만약 당파에 따라 관직을 주게 되면 백성은 그런 자들에게
줄을 대려고 하지 국법에 따라 관직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今
若以譽進能, 則臣離上而下比周; 若以黨擧官, 則民務交而不求用於法]. 군주를
무시하고 외부세력과 협잡하여 자신들의 패거리를 승진시키게 되
면 이는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을 무시하는 화근이 된다. 외부세력
과의 결탁과 패거리들이 많아져 안팎으로 붕당을 지으면 비록 그
들의 잘못이 많아도 모두 은폐되고 만다. 그러면 충신은 죄가 없음
에도 위태롭거나 죽임을 당하고, 간사하고 사악한 신하는 공이 없
음에도 편안히 온갖 이익을 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신하들
은 숨어버릴 것이고 간신들이 득세할 것이니, 이것이 나라가 망하
는 근본 이유이다[忘主外交, 以進其與, 則其下所以爲上者薄矣. 交衆與多, 外
內朋黨, 雖有大過, 其蔽多矣. 故忠臣危死於非罪, 姦邪之臣安利於無功. 忠臣危死
而不以其罪, 則良臣伏矣; 姦邪之臣安利不以功, 則姦臣進矣, 此亡之本也].”
고금을 막론하고 배운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권력을 쥐고 휘
두를 때는 인생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국가와 국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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