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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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대를 대표하는 음식의 족보 『산가청공』
남송대 조리서인 『산가청공山家淸供』에 보면 입하 전후에는 앵두가 빨갛
게 익어 가고 죽순도 부드럽게 올라오는 시절이라고 말합니다. 새로 나온
과일과 채소들이 많아 몸을 보호하고 완두콩과 찹쌀밥을 지어 먹으면 눈
이 맑아지고 다리가 튼튼해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입하 무렵에는 신록이 짙어지고 한낮에는 여름 기운을 느낍니다. 남송
대 임홍이 쓴 『산가청공』은 ‘산에 있는 집에서 올리는 맑은 음식’이라는 뜻
입니다. 산가山家는 자연을 벗 삼은 자의 집을 뜻하고, 청공淸供은 소박하
고 수양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공양한다는 뜻이 됩니다. 『산가청공』은 남
송대를 대표하는 음식의 족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찰음식조리법의 기
본이 될 수 있는 채식조리법과 소박한 식사를 실제로 제공할 때의 정보를
담고 있어서 유용한 참고서가 되어 줍니다. 남송대의 음식과 식문화, 문학,
인물 등의 이야기를 담은 『산가천공』은 식보로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생각입니다.
자괴화(아카시아꽃)를 활용한 음식
매년 이맘때면 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기 시작하고 못자리에는 벼에 싹
이 터서 쑥쑥 자랍니다. 보리 이삭이 익기 시작하고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
와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 시기에 논
에는 물이 가득하고 모내기가 한창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카시아꽃이 향
기를 품고 피어나는 날에 시골 논에서는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향기를 기
억하고 바람을 기억하듯이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아카시아 향기가 전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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