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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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1호 | 구술로 엮는 현대불교사 9 | 두 달에 걸친 목숨을 건
인환스님 ⑤
피난길
▶ 남한 땅 처음 발 디딘 곳이 어디인
아수라장 같던 가요?
피난처에서 만난 원산에서 겨우 탄 군함이 묵호항
출가의 인연 에 도착했어요. 묵호가 지금은 동해
시로 바뀌었지요. 어디로 갈지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은 여기저기 귀동냥을
최동순
들을 수밖에요. 당시 소문이 동해안
불교구술사연구소장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철도
가 없으니 순전히 걸어야 하는 힘든
길이고, 태백산 넘어 제천 쪽으로 나
가면 현재의 중앙선을 탈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도 그 길을 택했어요.
우선 강릉을 거쳐 대관령을 넘고, 정
선을 지나 제천까지 걸어갔어요. 그
저 걸을 뿐, 하루 세끼 먹을 돈이 없
최동순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하고 어요. 그저 가다가 동네에 들러서 밥
동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동 한 술씩 얻어먹곤 했지요. 나하고 형
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연
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역임. 현 하고 둘이서 가는데, 그때만 해도 걸
재 불교무형문화연구소(인도철학불교학
연구소) 초빙교수. 저서는 『원묘요세의 음을 잘 걸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백련결사 연구』, 논문은 「호암당 채인환 앞서 더 빨리 제천까지 갔어요.
회고록의 구술사적 가치」, 「보운진조집의
성립과 그 위상 연구」 등 다수. 더러 사랑방 같은 데서 자거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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