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P. 148
높아요. 그
마루 밑 공간
을 교실같이
꾸며서 ‘피난
동국대학교’
를 운영하고
있는 걸 보
기도 했어
요. 한 달쯤
사진 3. 부산국제시장(부산광역시립박물관).
지나서 부친
을 영도에서 만났어요. 그러나 낯선 땅에서 가진 것 없으니 각자 살길을 찾
아야 한다고 아버지와는 다시 헤어지고, 나와 형은 한동안 같이 지냈어요.
그러나 얼마 후에 형과도 헤어지고 혼자 반년 이상 지냈어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 여러 가지를 했지요.
모든 사람들이 피난지에서 우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뭐 먹을 수 있
는 걸 구해야 되고, 돈벌이라도 해야 되잖아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피난민 대부분이 국제시장에서 노점을 하고, 나 역시 그렇게 하루 풀칠하
고 그랬어요. 부모 밑에서 고향에 있던 열여덟 살 때까지는 학생으로 공부
만 하고, 세상 물정 전혀 모르고 살았지요. 피난 생활 몇 개월 만에 세상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이고 힘 쎈 놈, 무기 가진 놈이 제일이고, 힘 약한 아녀
자들, 약한 사람은 그 뭐 속절없이 죽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 피난민들의 삶이 마치 아수라 세계와도 같았군요?
지금 생각하면 육도중생六道衆生 가운데 아수라阿修羅 세계가 있다더니,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