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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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산 선암사 출가
그런데 무슨 인연이 있었던지, 우연히 이 보살님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
회가 있었어요. 부산까지 오게 된 내력을 간단하게 말하고, 이런 약육강식
의 아수라 같은, 지옥 같은 세계에 대한 감정을 느낌대로 말했지요. 이런
세계에서 젊은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뭘 의지하고 뭘 목표로 삼아서 가야
될지 지금은 내 힘 가지고는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어요. 그 보살님이 그
때만 해도 연세가 아마 칠십 넘었을까. 내 얘기를 들으시더니 나한테 그러
더라고요. “지금 심경이 그렇거든 어떠냐? 불도를 닦아볼 생각 없느냐? 불
도 수행할 생각이 없느냐?”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불교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도대체 불교가 뭐고
수행한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간단하게
이러이러하다 하고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그러더니 내가 열흘 후에 절에
갈 터인데 그때까지 잘 생각해서 불도를 수행할 생각이 서거든 내가 절에
가는 길 안내해 줄 용의가 있다는 거예요. 그때 저한테는 그야말로 인로왕
보살이었지요. 그 뒤 열흘 동안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가지고 오만 가
지를 다 생각을 했어요. 그야말로 계란을 세워 올렸다, 허물었다, 올렸다,
허물었다 하는 식으로 오만 생각이 지나갔지요.
▶ 관세음보살처럼 위기에 처한 청년 앞에 나타나셨군요?
도대체가 결론이 안 나는 거예요. 세상은 콩가루 같은 세상이 돼 버렸
고, 불교라는 것은 전혀 짐작도 못할 만한 세계였으니까요. 그러다 열흘이
되는 날 아침 내가 머물던 곳으로 전화가 왔어요. 그렇게 해서 노보살님을
따라 절에 가게 됐어요. 서면 롯데호텔 쪽에 있던 부산상고 근처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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