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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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눈앞에 아수라 세
계가 벌어지고, 눈앞에
지옥이 벌어진 겁니다.
고향에서 살던 그런 세
계 말고 또 이런 극한적
인, 기가 막힌 이런 세
계를 체험했지요. 그 무
렵에 나는 ‘도대체 사람
살아간다는 게 뭐냐’,
조금 근원적인, 철학적
인 의식이 생기더라고
요. 모두들 피난 와 가
지고 돈 한 푼이라도 빵
사진 4. 1954년 하안거 해제 기념사진. 뒷줄 가운데가 천한
한 조각이라도 얻으려 행 보살님.
고 오만 노력을 바르게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틈을 타 사기치고 남의 물건 빼앗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나날들에서 얼른 그 판에 들어가 사생결단하고 나도 돈 한 푼
이라도 벌어야 되겠다고 악다구니를 쓸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이상하게…
그러던 어느 날 한 노보살님을 만났어요. 성씨는 변이고 불명은 천한
행天閑行이라고 하는 보살님인데 부산 토박이지요. 좋은 집안이고 아들들
은 다 장성해서 부산에 큰 사업가로 활동한다고 들었어요. 이 보살님이 불
심이 아주 대단해요. 보통 보살들과는 달리 기복불교에서 한 발 탈피한 분
이었어요. 절에 후원을 해도 선방을 자기 힘껏 후원하고, 안거 때는 자기
자신도 선방에서 참선하는 상당히 수준이 있는 보살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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